2010년 3월 23일 화요일

미국 의보개혁 & ‘미국 인권보고서’ (사설;김수행)

[사설]미국 의보개혁의 성공과 과제 


지난 21일 백악관의 루스벨트룸에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40여명의 보좌관들과 함께 TV를 보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 지도부도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며 서로 얼싸안았다. 민주당의 의료 개혁안이 이날 하원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사실상 입법 절차는 마무리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치열하게 논쟁한 지난 1년에 대한 결실이고, 미국 역사로서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도입을 추진한 이래 100년 만의 진전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저소득층 의보인 메디케이드 수혜 대상이 확대되고, 중산층 보조금 지급을 통해 의보 사각지대에 있는 3200만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의료보험이 없는 나라,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이 전체의 17%인 5000만명에 이르는 의료 후진국이었다. 한번 다치거나 병이 나면 엄청난 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파산을 각오해야 하는 정글 사회였다. 건강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한 건강하지 않은 나라였다. 이런 나라에서의 의보 확대는 사회 개혁 조치로서 특별한 의미를 띠고 있으므로 미국 개혁파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입법으로 복지를 위한 국가의 개입을 반기지 않고 시장 만능을 섬겨온 미국의 어두운 그림자가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근소한 차이로 법안이 통과된 것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인 상당수는 의료 개혁을 반기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의료 개혁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응답보다 불리하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공화당 의원은 전원이 반대표를 던질 정도로 미국 사회는 찬반으로 분열되어 있다.

 

이 때문에 공공보험은 도입하지도 못했다. 지난해 11월 하원을 통과했던 법안에 비해 수혜 대상도 적고 의료서비스의 질도 낮은 편이다. 미국도 복지 확대를 위해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미국식 자본주의의 독특한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부정적인 여론을 설득하고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남겨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입법이 미국 기준으로 커다란 사회 개혁이라고 평가한다 해도, 여전히 미국은 다른 국가의 모델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 경향신문 입력 : 2010-03-22 22:46:35ㅣ수정 : 2010-03-22 22:46:35)

* "다른 국가의(가) 모델로(이) 삼기에는(되기에는)", 아닌가?

 

 

[김수행칼럼]국제협력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세계 각국의 인권보고서를 지난 11일 발표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그 다음 날 ‘미국 인권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마치 미국 정부가 세계의 인권 경찰인 것처럼 매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여 타국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인권을 타국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가 쓴 미국 인권보고서는 “미국은 국내적으로도 인권상태가 나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다수의 인권침해의 주요한 원천”이라는 것을 확인시킬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 인구는 3억900만명인데 민간이 2억5000개의 총기를 가지고 있으며, 2008년에는 90억발의 총탄을 구입했다. 2008년에는 1만4180명이 살인사건으로 죽었다. 2009년 10월의 실업자는 1600만명이고 실업률은 10.2%로서 지난 26년 동안 최고 수준이었다.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2008년에 4630만명으로 8년째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4910만명이 적정한 양의 식량을 얻지 못했다. 인종차별이 심하고, 비 라틴아메리카계 백인의 빈곤율은 8.6%이지만, 라틴아메리카계 미국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빈곤율은 각각 23.3%와 24.7%이었다. 여성 인구는 총인구의 51%를 차지하는데 여성 하원의원은 의원 총수의 17%에 불과한 92명이다. 강간율은 이 통계를 발표하는 나라 중 최고로, 잉글랜드의 13배, 일본의 20배이다. 2008년의 군사비는 6070억달러로 세계 총액의 42%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의 무기수출국(378억달러)으로 세계무기총액의 68.4%를 차지하는데,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할 뿐만 아니라 주택이나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 세계에 900개의 기지를 가지고 있고 19만명의 군대와 11만5000명의 직원을 주둔시키면서 주둔지 근처의 민간과 자연에 큰 해를 끼치고 있다. 미국은 인터넷의 전략적 자원을 독점하고 있으며, 세계 전체에 걸친 도청시스템인 에칠론(ECHELON)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대응은 미국이 최근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대만에 무기를 팔며,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영접하는 것 등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과 같은 대공황기에는 국가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매우 날카로워진다는 점이다. 사실상 미국도 죽을 맛이지만 중국도 심각한 빈부격차, 높은 실업률, 주택가격 폭등 등으로 사회·정치적 불안이 쌓이고 있어 신경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과 미국 사이에도 긴장감이 돈다. 미국 국방부가 비행기의 입찰에서 보잉을 편애한다고 유럽연합의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유럽연합에서 미국 지배의 국제통화기금 대신 유럽통화기금을 만들자고 제의하는 것에 대해서 미국이 섭섭하게 생각하며, 독일과 프랑스가 국제금융제도의 개혁에서 파생금융상품과 헤지펀드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이 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와 좀 더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이 신경을 쓰고 있다. 유럽연합은 아직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주는 것을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스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국제통화기금에서 자금을 얻으려고 하는데, 이것도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신경전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연합 안에서는 채무국가들은 유로통화를 탈퇴하고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통해 이 난국을 탈출할 수 없나를 고려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입력 : 2010-03-22 17:53:12ㅣ수정 : 2010-03-22 17: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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