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0일 오전 '진보대통합' 회동에서 서로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리기 위해 사진 촬영하고 있다.
# 진즉에 이런 단결된 준비를 갖춰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협상장에 나갔었다면, 진보진영의 가장 유력한 두 후보인 심-노는 최근에 보이는 '노심초사'(*)를 면할 수가 있었을텐데, 좀 때늦은 감이 있어서(14일까지 뭘 어쩐다던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서로 웃는 즐거운 모습을 보니 보기는 좋네...
(*) 노·심중 한명은 돼야…노심초사 진보신당 한겨레ㅣ'국회·정당'ㅣ2010.03.09 20:58:01
이경태, 오마이뉴스 10.03.10 14:08 ㅣ최종 업데이트 10.03.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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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통해 '진보 대통합'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양당 통합 시점과 방안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합의는 없었지만 양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처음 함께한 자리에서 통합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이날 ▲양당은 진보정당의 대단결 방안에 대해 협의해 나간다 ▲양당은 6.2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과 진보세력의 승리를 위한 연대와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해 나간다 ▲이를 위해 양당 간의 책임 있는 논의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등 모두 세 가지의 기본적 통합 논의 방향에 대해 합의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기본적인 합의이긴 하나, 그동안 양당 대표들이 통합과 관련된 각자의 입장만 이야기하다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당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게 중요하다"며 "첫 걸음이 떼기 힘들지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그동안 통합에 대한 양당 입장이 뉘앙스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 지향점이 같은 부분이 있었다"며 "오늘은 이 정도 수준에서 논의됐지만 추후 책임 있는 분들이 모여 남은 문제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만난 양 당 대표들도 진보정당의 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기갑 대표는 "모진 흙에서는 싹도 트기 힘들다"면서 "다툼과 불화, 정쟁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이 정권의 흙을 갈아버리고 이를 진보적 가치와 내용의 흙으로 담아 새로운 정치의 씨를 심어 바른 열매를 맺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5+4'회의 등을 통해 야5당과 시민사회가 MB심판 구도를 위한 대단결로 힘차게 달려가고 있지만 한 측면에선 이 심판 구도가 좀 더 진보적 내용과 가치로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도 크게 터져나오고 있다"며 현 야권 선거연합 구도에서의 진보정당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즉 진보대통합, '진보정당의 큰 집 짓기'를 통해 현 정치 구도를 재편하자고 호소한 것이다. 강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진보진영의 대통합이 아주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며 "사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같은 뿌리인 만큼 다시 하나가 되고 국민적 염원과 요구에 올바르게 응답해야 한다, 오늘의 만남이 그 큰 걸음의 출발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대표 역시 "현재 정치체제로는 한국 정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기 힘들다, 삼김(三金)은 물러갔지만 삼김 시대의 정당틀은 그대로 유지·온존되고 있다"며 진보정당의 통합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노 대표도 6.2 지방선거 이후 '진보진영의 새 집짜기'를 주장한 바 있다. 노 대표는 "6.2 지방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한다,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12년 대선과 총선에 이르는 이 과정이 향후 20년 이상의 한국정치를 규정 짓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하고 힘 있는 진보가 정치의 한 축에 우뚝 서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쪼록 이 모임이 진보정당에 대한 우려와 불신을 말끔이 씻어내고 소중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양당이 이길을 처음 떠날 때 가졌던 마음, 초심을 되새긴다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 당 대표는 당 통합 시기와 방안에 대해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당 대변인에 따르면, 강 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지방선거 전 양당이 통합 선언이라도 한다면 그것이 우리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노 대표에게 제안했으나, 노 대표는 "지방선거 전 통합은 물리적으로 논의가 어렵고 당 내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기다려 달라"고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철 대변인은 "내부적으로는 민주노동당과의 단순통합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다"면서 "2012년 대선 전까지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정서는 있기 때문에 진보진영 재편에 대한 논의는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위영 대변인도 "현재로서 쟁점은 통합 시기라고 할 수 있다"며 "당 대 당 통합인 만큼 시기가 확정되면 강령 등 세밀한 쟁점이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사설]강력한 진보연합 구축이 필요한 이유
한국 정치의 문제는 상당 부분 작은 차이만을 가진 보수정당들의 경쟁이 지닌 한계에 기인하는 것이다. 여야로 맞서 대결하기는 하지만, 정당 간 노선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지지세력이 겹치고 이로 인해 모두를 대표하는 정당을 자처하게 된다.
이는 결국 아무도 대표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이렇게 정체성이 모호한 정당은 다시 차별 없는 노선과 정책에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런 정당체제는 선택지가 제한된 그저 그런 정치를 낳고,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일으켜 시민들이 정치를 통해 자기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잃게 만든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자면 서로 다른 색깔과 노선을 가진 정당들이 경쟁함으로써 시민들이 ‘차이’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당연히 그런 선택 기회의 확장은 진보정당이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세력으로 존재할 때 보장된다.
그러나 한국은 너무 오랫동안 진보정당 없는 반쪽의 정치를 해왔다. 그나마 있었던 작은 진보정당마저 분당하면서 ‘진보정당 없는 정당체제’는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비정상 사회, 균형을 잃은 사회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들이라면, 이제라도 한 쪽으로 치우친 정치를 거부하고,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루는 정치를 요구해야 한다. 선거는 그런 불균형을 깰 수 있는 좋은 무대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두 대표가 어제 만나 6월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 간 연대와 협력에 합의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진보정당을 키워주고 싶어도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방법이 없다. 지리멸렬한 진보정당으로는 선택받을 수 없다. 우선 시대 흐름에 맞는 진보로 거듭나 진보정당 통합의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이번 두 대표의 합의가 그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 논의에 밀리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두 당의 선거 연합 논의를 더 이상 지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과 선거 연합을 하더라도 진보정당은 자기의 분명한 노선으로 기존 정당과 차별성을 보이면서 진보정치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과의 연합이 진보 연합을 소홀히 하거나 미룰 이유가 되지 않는다.
민주당과의 연합을 성공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진보정당의 연합은 필요하다. 진보 정당이 각자 행동하기보다 하나로 뭉쳐야만 민주당을 조금이라도 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 경향신문 입력 : 2010-03-10 23: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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