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복이 많은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둔 복 없는 국민을 하늘이 가엾게 여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태풍도 모두 비켜가서 풍년이 들었단다. 풍년이 들면 들수록 농민들의 이마에는 주름만 더 는다니, 이 무슨 21세기의 모순이란 말인가! 점점 서구화 되어가는 우리의 식문화 때문에 쌀 소비가 줄고 그래서 쌀값이 폭락하고 농민은 울상이라는데, 그렇다고해서 변해가는 도시인들의 생활양식을 늘 가마솥에 붙들어 매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식량안보'를 방기한 체 -꼭 누구처럼- '이제 우리 농업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우리의 생명줄을 사악한 시장의 법칙 속으로 내 몰 수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아래에 옮기는 시론의 필자인 농경제학자께서는 '쌀 소득보전직불제 만으로는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부족하니 생산을 줄이기 위한 휴경보전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나도 촌에서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살았지만- 농민의 마음이라는 것이 어찌 그렇게 빈 땅을 놀릴 수가 있을까 싶다. 없던 시절에 집 주변주변과 논둑∙밭둑에 까지 하다못해 콩이라도 심어 키우고 싶은 것이 농민의 심정일텐데, 돈을 줄테니 멀쩡한 땅을 놀리라는 것은, 지력 향상 차원이라면 모를까, 너무 계산기적 고려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뼈빠지게 일한 몫과 땅을 놀린 댓가로 돌아오는 몫이 똑같음에서 오는 의욕상실의 감정을 어떻게 조화롭게 정책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마침 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AC)라는 곳에 한국도 오는 25일에 가입을 하여 빈곤국을 돕는 행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다. 또 '명박표 실용'의 가면을 쓰고는 뭔가 침략주의적 댓가를 기대하며 아프리카 등의 못사는 나라의 원조에 동참하려는 속셈은 미리 버리라고 아래 경향의 사설은 조언한다. 설령 지금까지 선진국들이 그런 행태를 보인 것이 아닌 건 아니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니, 지당한 말씀이다.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인구는 많고 대지의 자연적 척박함으로 인해 식량의 절대 생산량이 부족하여, 기아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안가봐도 가히 짐작할 수가 있다. 우리의 남아도는 쌀로 가까운 북한부터 도우면 좋게지만 이념적∙정치적 고려가 그런 행보를 막고 있으니(반동들에게 자꾸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이제 개발원조위원회라는 곳에도 가입을 한다니 -좀 궁색하고 미안하지만 우리나라가 아직은 말로만 OECD 회원국인 처지이니- 과감하게 아프리카 쌀 지원에 나서면 어떨까 싶다. 그들도 살리고 우리 농민도 살고 국가적 식량안보 시스템도 지켜내고, 일거 3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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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의 빈곤과 불평등 고민하는 한국이 되자 (경향, 2009-11-23 23:52)
오는 25일은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특별회의가 열려 한국의 DAC 회원국 가입을 결정하는 특별한 날이다. 외국의 원조로 일어선 한국이 원조 공여국이라는 당당한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이면서도 원조규모가 국민총소득(GNI)의 0.09%로 DAC 회원국 평균 0.3%에도 훨씬 못 미쳤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5년까지 0.25%로 올리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가입할 수 있었다. DAC 가입 조건이 말해주듯 한국은 앞으로 원조국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약속대로 원조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조를 일방적 시혜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원조는 지구상에 있는 수억명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인간으로서 연민의 표현이자 인도주의 정신의 발로여야 한다. 또한 세계 시민으로서 연대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원조를 자원 외교의 수단으로 여기거나 전략적 계산에 의해 결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마침 오늘 서울에서도 제2차 한·아프리카 포럼이 열려 한국이 아프리카를 돕는 방안을 논의한다. 석유·가스 자원을 추출하기 위해 혹은 외교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원조는 구 시대의 제국주의적 사고로서 원조의 취지와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1232352205&code=990101
[시론]쌀 소득보전직불제의 한계 / 양승룡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예상 밖의 대풍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아니, 지난해 대비 15% 가까이 폭락하는 쌀값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 2005년 약정수매제를 폐지하고 도입한 정책이 소득보전직불제였다.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차이의 85%를 보전하고, 식량안보를 위해 필요한 재고는 매년 일정 물량을 유지하는 공공비축제를 통해 충당하는 것이 요지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말 편한 정책이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아닐 수 없다. 올해처럼 가격이 폭락할 경우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차이의 85%만 보전해주기 때문에 나머지 15%는 생산자가 감당해야 한다. (...) 소득보전직불제의 가장 커다란 한계는 시장수급의 급격한 변화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생산자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보전하면서 식량안보를 위한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소득보전직불제에 생산조절 기능을 결합한 정책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 생산자에게 일정 면적의 휴경을 요구하는 대신, 목표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전부 보전해줌으로써 소득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정부는 매년 수급상황을 예측해 휴경률과 목표가격을 결정하는 미세조정을 해야 하지만, 여러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농업경제학, 경향, 2009-11-23 17:3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1231738105&code=9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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