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쟁의행위상 업무의 지장 초래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2010/04/29)
in “적법한 쟁의행위 업무방해죄 안돼” / 박홍두 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4291821335&code=940301
형법 314조 1항 : 업무방해죄
현재 업무방해죄를 명시하고 있는 형법 314조 1항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서 ‘위력’이란 사람의 의사의 자유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뜻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는 것 등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는 쟁의행위에 대해 “필연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위력이라도 그 자체만으로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이 판례가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광범위하게 제약하는 해석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쟁의행위 자체를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는 것은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 법률인 형법보다는 상위 법인 헌법의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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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 기소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검경 역시 대법원 판례대로 법을 적용해 기소해왔다. 대개의 파업 등 쟁의행위 관련 수사에서 단골메뉴로 업무방해죄가 등장했다. 자의적 법률 해석도 문제로 제기돼 왔다. 대부분의 업무방해죄 처벌대상이 노조 간부 등 파업주동자에 국한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이날 헌재의 판단은 마구잡이식 파업 수사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의 결정문 내용의 영향력은 헌법소원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검경의 수사와 기소 근거는 약해진 셈이다. 대검 공안부 관계자도 “업주들의 업무방해 고소를 막을 수는 없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수준의 수사는 계속돼야 하겠지만, 이번 헌재의 판단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번 판단이 판례와는 상관없다는 반응이지만 법원에만 있는 법률해석 권한에 대해 헌재가 의견을 제시한 데 대해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대법원 관계자는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몫이다. 판례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나온 판단에 따라 이 법의 처벌대상이 된 사람들로부터 헌법소원이 잇따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법원의 판단 기준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n 단체행동권 폭넓게 인정… ‘마구잡이 처벌’ 제동 / 박홍두 기자, 경향 2010-04-29 18:1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4291819555&code=940301
무차별 적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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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만 해도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업무방해죄가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다 1989년부터 일선 검찰청에서 노조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하기 시작했다. 88년에는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사례가 17건에 불과했지만 89년 248건, 90년에는 30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2~2006년 노동과 관련된 형사사건 1심 공판에서 쟁의행위의 형사처벌에 적용된 죄명 중 업무방해죄의 비율이 30.2%로 가장 높았다. 또 형사사건 가운데 평화적인 파업·태업·준법 투쟁이 57.9%를 차지했지만, 이런 쟁의행위에 적용된 업무방해 사건에서 1.1%만 무죄가 선고됐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는 1) 지난해 말 철도공사 노조 파업이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8일간 민영화 저지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벌였다. 출근 저지나 점거농성을 벌이는 대신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법에 맞춰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검경은 파업 후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을 구속했다. 철도 운행 중단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2)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인 구본홍 사장의 선임을 반대해 사장실 점거농성을 벌인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도 사측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됐다. 노 위원장은 항소심 공판에서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2007년 비정규직법 통과로 대량해고 위기에 놓였던 이랜드 노조원들도 서울 상암동 홈에버에서 농성을 벌이다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3) 쌍용차나 금속노조 등 일부 과격한 쟁의행위를 벌인 단체에 대해서는 더 강한 처벌이 이뤄졌다. 쌍용차 노조는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했다가 공장 시설관리 및 협력업체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법원은 한상균 노조지부장 등 간부 8명에게 징역 3~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007년 한·미 FTA 체결을 저지하기 위해 5일 동안 단체파업을 벌인 금속노조 간부들에게는 징역형이 내려졌다. 노조의 쟁의행위를 처벌하는 데 있어 업무방해죄가 이처럼 폭넓게 적용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in 업무방해, 준법투쟁에도 무차별 적용 / 구교형 기자, 경향신문, 입력 : 2010-04-29 18:1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4291818105&code=940702
[경향사설] ‘헌법 위의 형법’ 업무방해죄 폐해 지적한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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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어제 쟁의 행위(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의 관행에 제동을 건 의미있는 결정문을 내놓았다. 헌재는 한 인권운동가가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단체행동권이라는 기본권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의 지장 초래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가 위헌소원의 대상이 된 형법상 업무방해죄 조항은 존치토록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굳이 이러한 내용을 결정문에 설시(說示)한 것은 업무방해죄가 엉뚱하게 파업을 잡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온 수십년 악폐를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헌재는 법원에도 ‘정당한 쟁의 행위 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될 경우 처벌될 수 있고, 다만 위법성이 조각(阻却)될 수 있다’는 그간의 판단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의 보호영역을 하위 법률을 통해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 사안에서 쟁의행위가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는지 여부는 법원이 쟁의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나, 헌법에 보장되는 단체행동권의 보호영역을 지나치게 축소시켜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 기본권을 하위 법률인 형법을 통해 무력화시켜온 수사기관은 물론 이를 받아들여준 법원의 잘못까지 꾸짖은 것이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파업만 했다 하면 쟁의절차를 밟은 합법 투쟁에도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씌워 무차별 처벌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코레일 파업과 관련해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업무방해죄로 무더기 피소됐고, YTN 노조 간부들도 같은 죄로 처벌됐다. 2002~2006년 노동형사사건 중 업무방해죄가 30.2%로 가장 많았다. 이러니 ‘헌법 위의 형법’ ‘막걸리 보안법 뺨치는 악법’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업무방해죄라는 법을 적용해 파업 참가자들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이 1907년 전쟁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노동운동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법을 그대로 베껴 써 왔지만 일본도 지금은 파업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유엔사회권위원회 등에서는 파업을 범죄시하는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에 수차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국회에는 지난해 말 야4당 국회의원들이 정당한 쟁의행위에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도록 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정부와 국회는 헌재의 이번 결정문 취지가 개정 형법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경향신문 2010-04-29 22:2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4292224105&code=990101
[한겨레사설] 업무방해죄, 이대로 둘 순 없다
헌법재판소가 형법의 업무방해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이 파업 노동자들에게 형사처벌과 민사소송의 족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업무방해죄가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보호영역을 지나치게 축소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정당한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죄에 아예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근로조건 등 단체협약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만 업무방해죄 적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이른바 불법파업은 헌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는 논리다. 그러면서도 정작 무엇이 정당한 쟁의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좁은 법해석으로 평화적 쟁의나 단순한 절차·목적 위반 쟁의를 보호할 구체적 기준도 내놓지 못했다. 파업권 지지는 선언적 차원에 그치면서, 업무방해죄가 악용·남용되는 법 현실에는 눈을 감은 셈이다.
헌재의 이런 태도는 무책임하다. 헌재는 물론 대법원도 정당한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선 안 된다고 밝혀왔지만,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회사 쪽과 검찰·경찰은 쟁의의 목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괜한 꼬투리를 잡아 대부분의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뒤 업무방해죄를 적용해왔다. 폭력행위 없는 단순 노무제공 거부에 대해서도 업무방해라며 고소와 처벌을 하는 일이 잦다. 실제로 2002~06년 노동 관련 형사사건에서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경우가 30%를 넘었다. 평화적인 쟁의행위에 적용된 업무방해죄에서도 겨우 1.1%만이 무죄로 풀려났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업무방해죄가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체계적으로 봉사하고 있다”며 개정을 지속적으로 권고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제 업무방해죄는 노동운동을 옥죄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약자나 소비자들의 직접 행동을 무력화하는 데까지 동원된다. 촛불집회 참가자, 재개발 반대 세입자, 언론사 노조 등에도 업무방해죄가 무차별로 적용된다. 이를 방치하면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헌법적 권리는 유명무실해진다. 지금이라도 관련법을 개정해 업무방해죄의 적용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 법원도 좀더 적극적으로 쟁의행위를 보호하는 게 옳다.
ⓒ 한겨레 2010-04-29 19:34,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4184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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