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6일 금요일

근대성의 역설 (헨리 임,곽준혁 등,후마니타스,2009)[이정호]

[새책] 근대성의 역설: “우유부단한 먹물들의 현실 탈각”

이정호(민주노총 정책국장)  / 2010년04월15일 10시18분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6276

근대성의 역설 (헨리 임, 곽준혁 등, 후마니타스, 2009.12.15, 352쪽)
 
▲  근대성의 역설 표지
‘한국학과 일본학의 경계를 넘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합리적 보수주의자 최장집 사단이 만들어낸 사상적 유희로 새롭긴 하지만 현실과 어떤 접점도 찾지 못했다. 이 책은 서문의 끝에 “이 기획을 마련할 기회를 준 전 아세아문제연구소장 최장집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집단의 우두머리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은 거창한 제목과 화려한 편집으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내용은 설익은 게 너무 많아 위험하기까지 하다. 자꾸 새로운 것에만 집착해 기존 연구를 뒤집을 생각만 하는 결코 젊지 않은 역사학자들이 이리저리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좌우 어디에도 서기 싫어하는 지식인의 우유부단함이 이념의 탈각이란 미명하에 현실을 탈각하고 중간지대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존 연구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조차 부족한 먹물들의 혼돈스런 사유를 엿보는 듯하다. 이 부분은 다음 ‘낡은 책’으로 소개할 김경일 교수의 <1920년대, 30년대 조선 노농운동>이란 책을 통해 여실히 폭로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전체적으로 함량미달이다. 그럼에도 요즘 젊은이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언어의 유희를 늘어놓고 있다. 전적인 책임은 출판사에 있다. 출판사의 편집의도도 불순하다. 어디 하나 현실에 써먹을 만한 확장된 사고의 단초조차 없다.

대표 저자 헨리 임과 곽준혁은 이 책 서문에서 “이 책의 발단은 2007년 여름 <인문학의 새로운 흐름 : 한국학과 일본학의 국가 간·학제 간 경계를 넘어>라는 국제학술회의에서 시작했다. 학술회의 내용과 취지에 상당부분 공감한 <아세아연구> 편집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나온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식민지-피식민자, 가해자-피해자라는 이분법을 넘어 식민지 근대성 속에 내재한 ‘뒤얽힌 관계들’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넘기는 뭘 넘는다는 말인지.... 언제 이들이 이분법이라도 제대로 해 봤는지 묻고 싶다. 그래야 이분법을 뛰어넘지. 이들이 그렇게 관념 속에서 줄넘기나 하고 있을 때 현실은 추락하고 있다. 현실과 무관하게 문학적 상상력만으로 사유를 즐기는 이런 류의 먹물들이 즐비하다보니 인문학의 위기는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제발 땅으로 내려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을 한번 쳐다보라”고 권한다.
서문의 첫 문장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 학계에서는 ‘유로-아메리칸 식민주의와 제국’에 관한 연구가 새롭게 주목받아 왔다. 이런 경향은 미국 내 좌파 학자들의 지속적인 연구대상이었다”고 시작한다. 미국엔 좌파 학자는 없다. 좌파 학자로 스스로를 착각하는 학자가 있을 뿐이다.
서문은 다시 루이스 영(Louise Young)이 <일본의 총력 제국>(1998)이란 책에서 일본의 만주 침공과 제국주의 프로젝트를 위한 대중 동원이 일본 내 대중문화를 바꾸고, 어떻게 일본내 마르크스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을 만주제국 건설에 자신들의 사회적 비전 추구의 기회로 여기도록 했는지 추적했다고 밝혔다. 한 마디만 묻자. 만주제국 건설에 참여했던 일본의 마르크스주의자가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자인가. 이 책 8장에서 저자 곽준혁 스스로도 이광수를 논하면서 그의 “민족주의적 담론들이 반제국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제국주의의 바탕에 깔린 지배의 논리를 수용했다”고 지적하지 않았는가. 이광수가 언제 한 번이라도 ‘반제국주의’를 표방했던가.

서론에 해당하는 1-3장을 빼고 4장부터 요약해 소개한다. (괄호) 안은 책을 읽다가 떠오른 비판적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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