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 이라는 곳에서 지난 5년 간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결과를 분석하여 발표했다. 수능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분석인데, 분석의 기준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대별된다 : 지역효과(강남), 환경효과(경제력), 학교유형효과(특목고). 여기서 학교격차보다는 지역격차가 더 크다는 것은 쉽게 수긍이 가고, 특목고 출신이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에 비해 많이 더 나은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는 사실(선발 효과일 뿐 교육 효과는 아니라는 분석)도 크게 놀랍지는 않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력보다는 학력수준이 자식의 점수에 더 결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일견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약간의 진보적(?) 논쟁이 필요한 지점이겠다. 경제결정론 보다도 유전자결정론이 우선한다는 분석적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흔히 속된 말로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공부도 부잣집 자식이 잘한다'는 경제결정론적 사회비판이 진보적 시각에서 누차 제기됐던 게 사실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공감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는 그 반대의 결과를 알려준다 : '부잣집 자식이라고 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학벌유전적 효과가 자식의 성공에 더 지배적이다' 라고. 물론 학벌 높은 부잣집이나 학벌 낮은 가난한 집의 경우는 논의의 대상도 안되겠지만, 문제는 '학벌 낮은 부자'와 '학벌 높은 안-부자'의 두 경우 중에서 자식의 성공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부모의 학력이라는 점이다 (아래 기사에서는 '부모'가 아니라 '아버지의 학력 수준'이 자식의 성적에 비례한다고 구체화하고 있으나, 우리적 기준에서 아버지보다 학력이 높은 어머니는 많지 않을테니 기사의 '아버지' 자리에 '부모'를 대체시켜도 무방히리라 여겨짐).
이런 연구 결과는, 돈은 있으나 못 배운 한 때문에 자식에게 물량공세적 과외라도 시켜 좋은 대학 보내려는 부모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테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도 좋을까. '경제적 계급'이든 '지적 계급'이든 둘 다 -일찍이 부르디외(P.Bourdieu, 1930~2002) 학단에서 조사한 바와 같이- 자식의 장차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본(capital)인 것이 사실이다 (아래 그림 참조). 그러나 경제자본(capital economique)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자본(capital culturel) 종속적인 사회구조도 어떻게든 정당하지 못하다면, 경제결정론이나 유전자결정론이나 둘 다 사회적 악인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어느 것이 더 우선적 지위를 갖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것이든 미래세대의 현재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말이겠다.
이러한 인식적 공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전적 문화자본이 불평등하게 유증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해서 '어쩔 수 없으니 그대로 받아들이고 불평등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정치적 능력(perfection politique)을 무력화시키는 패배적 발상이 된다. 문화자본의 작은(?) 차이가 각자에게 각기 다른 종류의 직업을 선택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종사하는 직무의 다름이 공평한 시민적·인간적 가치의 차이로까지 이어지는 -명시적이든 묵시적인든- 틀을 무화시키는 작용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정치가 아닐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라는 말이겠다.
참조: 한겨레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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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수능 · 학업성취도 분석
9일 열린 ‘수능 및 학업성취도 평가 분석 심포지엄’에서 연구자들이 내놓은 분석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연구자들은 지난 5년 동안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점수 자료를 토대로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지역적으로는 광역시에 사는 학생들이, 가정환경상 아버지의 학력이 높을수록 수능 성적이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력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외고 등 특수목적고에 진학한다고 해서 성적의 절대 수준이 높아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학교 격차보다 지역 격차에 주목하라. 연구자들은 수능 성적의 격차가 지역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했다.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의 분석 결과, 지난 5년 동안 수능 영역별 표준점수 평균은 언어영역의 경우 학교별로 최대 85.5점, 시·군·구 지역별로는 58.2점이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는 학교별로는 75.6점, 지역별로는 55.9점 차이가 났으며, 수리 ‘나’형은 학교별로는 79점, 지역별로는 48.2점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그러나 김 교수와 박현정 서울대 교수(교육학), 신혜숙 한국교육개발원 박사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수능 성적에서 학교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2.1%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역적 요인은 47.2~54.4%로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 교수는 “학교 격차가 존재한다고 해서 이를 모두 해당 학교의 교육력 차이로 해석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밝혔다. 김진영 건국대 교수(경제학)도 “지역 격차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학교에 압력을 주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의 성취도를 높이고 학교 간 격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분 한국교육개발원 박사도 도시 일반고생은 읍·면보다 영역별 표준점수가 10점 이상 높고, 1~2등급 분포도 5~7%포인트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수능 성적 격차 요인 중 지역 요인에 무게를 뒀다. 김 박사는 “1~2등급을 서울 4년제 대학 입학 가능권으로 분류하면, 단순히 말해 도시 학생은 100명 중 11명 정도가, 읍면은 4명만이 서울권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아버지 학력 수준이 영향이 크다. 부모 가운데 특히 아버지의 학력 수준이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상진 연세대 교수가 부모의 교육 수준과 수능 등급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아버지의 학력이 언어·수리·외국어 등 모든 영역에서 높은 등급을 받을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결과는 수능뿐 아니라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는 “학교 간 학력 격차가 나타나는 요인 가운데, 아버지의 학력 정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히 수학 성취도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적인 예상과 다르게 가구소득은 학생들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상진 교수는 “월평균 가구소득과 수능 언어·외국어·수리 영역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었다”며 “부유층 학생들이 대학 입학 가능성이 더 높다는 가정은 근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 특목고 진학이 능사가 아니다. 외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일반고 학생들에 견줘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선발 효과일 뿐 교육 효과는 아니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김성식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수능 성적은 특목고생들이 일반고생보다 언어 19.865점, 외국어 24.134점, 수리 ‘나’ 27.421점이 높았다고 발표했다. 김양분 박사 역시 외고·과학고·자율형사립고의 표준점수는 일반고보다 13~30점 높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특목고의 상대적 성적 우위는 선발 효과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규재 한국교육개발원 박사는 외고·과학고·자사고의 1~2등급 비율이 30~60%로, 일반고의 3~6배에 달했으나, 일반고 역시 상위 30%의 학생들만 놓고 봤을 때는 1~2등급 비율이 33%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일반고 상위 30% 학생들의 언어영역 표준점수는 119.38점으로, 과학고(120.12)나 외고(117.62)에 견줘 뒤처지지 않는다”며 “특목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목고의 교육 효과가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기사등록 : 2009-12-09 오후 07:41:40 기사수정 : 2009-12-10 오전 12:30:24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92428.html

부르디외 항목의 한글판 위키(영어-일어판도)에는 위의 도표도 없고 내용도 아주 빈약하다.
답글삭제불어판 링크 : http://fr.wikipedia.org/wiki/Pierre_Bourdieu
참고로 짧은 한글판 전체를 옮기면(누가 빨리 좀 보충을 해야할 듯!) 이렇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년 ~ 2002년 1월 23일)는 프랑스의 사회학자이다. 사회학을 '구조와 기능의 차원에서 기술하는 학문'으로 파악하였으며, 신자유주의를 비판하였다. 알제리 사회학, 재생산, 구별짓기, 호모 아카데미쿠스, 텔레비전에 대하여, 경제학의 구조 등의 저서를 남겼다. 그가 제창한 아비튀스의 개념은 유명하다.
참고문헌 [편집]
중앙일보 고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1207%20%20&Total_ID=1098164
한겨레 지식인이여, 누구 편에 설 것인가: http://www.hani.co.kr/section-021014000/2002/01/0210140002002013003950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