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민주연합논쟁 4 : '묻지마 대동단결' 이라고? (김민웅 편)

이명박정권이 왜 독재적이고 반/비/탈 민주적인지를 앞에서 길게 살펴본 후, 지금 주창되는 '반 이명박 전선'은 진보진영의 선택이 아니라 역사적 책무라고 김민웅은 아래 글에서 강하게 웅변한다. 진보적 가치의 생존/발전/재구성을 멀리만 바라보며 나홀로 고민하여 한 방에 이루리라고 꿈 꿀 것이 아니라, 그 반대개념의 엄연한 실존인 '이명박-첨병-신자유주의-악질-부르주아-정권'과의 투쟁 속에서 자연스레(때로는 절박하게) 단련시키고 키워가야 할 대상이 진보적 가치라는 것. 그리고 시대적·역사적 요청이 진보적 가치에 무조건 앞설 수는 없겠지만, 후자를 담보해낼 엄중한 보고로서의 피억압 인민이 지금 험한 위기상황(물질적 조건뿐만이 아니라 민주적 가치에 대한 구조적 탈취 상황)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전자의 무게가 더 무겁고 절실하다는 말이겠다 (그래서 아래에 인용된 김구선생의 말씀이나 일제식민지 치하의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자들의 일견 모순된 행보가 단지 우연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모든 단결이 다 언제나 '묻지마 대동단결'은 아니라는 말씀인데('묻지마~' 류의 주장 논리에는 상황·책임 회피의 심리가 숨어있다고 나는 본다), 나로서는 상당히 시의적절하고 좋은 지적으로 공감한다. 혹여 누군가 공감이 어려운 경우라도, 정성과 반성의 마음으로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좀 지나치다 싶게- 밑줄 친다. 긴 앞부분과 뱀발같은 끝부분은 빼고 중간의 핵심만 여과없이 옮겨옴. 원문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91231145112&section=01

 

 

대동단결이 언제나 "묻지마 대동단결"은 아니다

이 거대한 희생의 메커니즘에 함께 종지부를 찍자 / 김민웅

 

...용찬 참사 ... 국민들을 매일 무뇌아 상태로 만들고 있는 조-중-동과 이들의 짝패인 경제신문들 ... 재벌총수의 단독 특별사면 ... 사법권 파괴 ... 의회에 대한 철저한 멸시와 능멸 ... 4대강부터 시작해서 이명박 정권의 일체의 밀어붙이기 그 밑바닥에는 청계천이 있다(하루 12만톤의 정제된 수돗물 대량 방류, 하루 14톤 온실가스 배출, 일년 전기료 150억원, 매년 유지 보수비 70억원) ... 권력자의 홍보 구조물에 불과 ...

 

이명박 정권의 종식, 그리고 재집권 저지를 위해
이렇게 국민을 속이고 폭력과 기만으로 점철된 정권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그 권력이 자라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재집권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서도 안 된다. 2010년 지방선거는 그런 의미에서 진보세력이 총집결해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 패배는 진보진영의 역사적 범죄다.
2010년은 어떤 해인가? 일제 식민지 조선반도 강점 100주년, 6.25 한국전쟁 60주년, 4.19혁명 50주년, 광주 민중항쟁 30주년,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분의 1주기이다. 우리의 역사를 성찰적으로 돌아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시기인 것이다. 이런 2010년에 이 모든 역사의 교훈과 의미를 묵살하고 짓밟는 권력의 존속이 계속 가능해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수치다. 정치공학적 관계로 보면,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둘러싸고 계파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선거결과에 따라 이명박 정권의 권력누수기는 더욱 앞당겨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 미국 사이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기본방향이 구체화되면 정세는 더욱 변하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명박 정권에게는 최대의 위기가 이번 2010년 지방선거인 것이다. 진보진영이 잘 하기에 따라 파손되기 쉬운 민주주의는 견고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진보진영 자신이다.

 

진보대연합의 절박성
진보진영 내부에서 연합, 연대, 단결 등의 문제를 놓고 격론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반 이명박 전선은 신자유주의 문제를 거론하지 못하거나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비판적 지지의 재판이 될 수 있다, 가 가장 중대한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런 전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 채 대연합을 하면 진보세력은 도리어 공멸할 수 있으니 진보세력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연대의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일정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시기 민주당이나 참여정부 참여세력이 보여준 역사적 퇴행의 모습, 그에 대한 반성부족,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열과정에서 서로 주고받았던 상처와 고통, 등등의 문제는 아직도 해결의 기미를 분명하게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경우, 민중의 삶을 보다 진보적으로 해결해나가려는 철학과 자세도 없는 상태에서 대동단결론에 편승해 수를 부풀려 자신의 기득권을 방어하려는 정치공학적 의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 만한 모습을 깨끗이 청산한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일이 제아무리 급해도 짚을 것은 짚고 장기적 전략에서 진정한 의미의 승리를 하자는 논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진보의 가치를 접고 우선 급한 것부터 처리하자는 식의 대동단결론을 주장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우선 대동단결이 곧 묻지마 단결을 주장하는 논리는 아니다. 진보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힘의 집결을 위한 수순이다. 누가 묻지마 대동단결론을 주장하는가? 그건 현실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논리다. 진보의 가치를 중심에 놓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길을 뚫어내자는 것이 진보개혁 세력의 대동단결론이다. 반 이명박 전선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하면서 그보다 상위의 가치를 이루어내기 위한 정치력은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또 하나 매우 중요한 지점이 있다. 이명박 정권이 곧 신자유주의 실체라는 점이다. 그러니 반 이명박 전선이 신자유주의 문제를 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은 옳지 않다. 신자유주의는 의회주의를 파산시키지 못하는 조건에서 태동한 파시즘의 유연전략 또는 저강도 전쟁전략이다. 이명박 정권은 그런 전략의 선두에 있다. 따라서 반 이명박 전선을 강화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실체를 분쇄할 뿐만 아니라 파시즘 정치의 골격을 무너뜨리는 일차적 작업이다. 이런 과정을 겪어나가면 대동단결의 전선 내부에 신자유주의 지지 세력이나 과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세력이 포함되어 있다 해도 더는 그런 방향으로 나가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이러한 논리가 비판적 지지의 재판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그 논쟁이 벌어졌던 시기의 진보진영의 역량이나 자세가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진보진영은 나름의 독자적 역량을 지닌 실체이다. 과거의 비판적 지지 망령에 의한 피해의식이 너무 깊으면 과감한 선택과 대동단결에서 오는 파괴력을 자신의 자산으로 삼지 못하게 되고 만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함께 힘을 모아나갈 방도보다는 그럴 수없는 이유를 더 많이 내세우는 일부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이명박 정권의 세력 확대를 돕는 것일 뿐이다. 대동단결을 강조하는 이들이 이명박 정권이 우선 문제이니 일단 진보적 가치를 포기하자는 주장을 언제 한 적이 있는가?

 

진보진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중을 위해서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짚어야 할 바가 있다. 진보진영의 대연합과 민주개혁세력 전체와의 대동단결은 진보진영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민중의 고통을 먼저 해결하는 것에 우선권을 두는 자세에서 비롯되는 선택이다. 당장에 죽어나가게 생긴 민중들의 고통이 있는데 그걸 위해 무얼 못하겠다는 말인가? 현재의 진보세력이 가진 기득권이라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그런 것도 흔쾌히 버리고 민중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감당하겠다는 자세야말로 오늘의 정치를 감동적인 것으로 만들고, 이 나라 진보세력의 미래를 지켜내는 모습 아닌가? 김구 선생이 독립된 조국에서는 문지기라도 하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각오와 자세야말로 진보진영이 깊이 깨우쳐 배울 바가 아닌가? [...]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프레시안 기사입력 2009-12-31 오후 3:24:15

 

 

관련 참고기사 3


"연합정치 판 깨면 국민외면 자초할 것" + [전문] '희망과 대안' 신년사
시민정치운동 선언한 '희망과 대안' 신년사에서 '연합정치' 강조
오마이뉴스 09.12.29 17:10 ㅣ최종 업데이트 09.12.29 17:10  장윤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91760&PAGE_CD=S0200

 

독재맞서 얻은 민주…‘법치 탈 쓴 독재’로 위기
[4·19 50년, 5·18 30년] ‘민주주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좌담
기사등록 : 2009-12-31 오후 08:24:01  기사수정 : 2009-12-31 오후 08:45:14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96634.html

 

[반MB연합의 논리] 반MB연합, 진실 혹은 오해 / 김경환 기자
기사입력 : 2009-12-29 15:37:46 ·최종업데이트 : 2009-12-30 16:36:32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276621.html
민주당 대 한나라당의 대결에서는 한나라당이 웃지만 범야권 단일후보 대 한나라당 후보의 대결에서는 범야권 단일후보가 승리한다. 최근 조사된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투표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의 핵심결과다. [...] 야권 후보단일화가 되었을 경우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단일후보가 한나라당에 역전승했고, 14개 기초단체 중 서울 노원, 영등포의 박빙 지역을 빼고는 12개 지역에서 모두 야권 단일후보가 전승하는 초유의 결과를 낳았다. [...] 특히 이 조사에선 '40대의 반란'이 뚜렷해, 수도권은 물론 대전, 부산, 강원에서 40대는 한나라당 후보가 아닌 야권 단일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댓글 2개:

  1.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일, 그것이 우리의 운명 / 김갑수

    오마이뉴스 10.01.01 11:54 ㅣ최종 업데이트 10.01.01 17:43

    (...) 이념이나 노선 차이를 무시하는 합당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선거 연합을 하라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말해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 내라는 것이다. 87년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김영삼과 김대중은 패자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지금 둘로 쪼개져 있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87년 양김씨의 분열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2002년 노무현· 정몽준의 단일화가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진보언론들의 각성과 실천도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는 작년 한 해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을 차례로 여의었다. 특히 노무현에게 가해진 야비한 언론공작과 불법수사는 (시대 차를 감안할 때) 김대중이 박정희에게 당한 수모에 버금갈 정도로 혹독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진보인지 아닌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최소한 반동적 보수는 아니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실 그들은 강대국이 전시작전권을 쥐고 있는 분단국의 지도자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93104&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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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것이 애당초 지킬 기득권이 없는 진보의 몫" 이라는, 민주대연합으로 민주당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대한, 홍세화의 답변이 치명적으로 아프다. 나머지 자주 나오는 질문에 대한 답들도 너무나 명쾌하여 더 슬퍼다. 더구나 그것이 사실이기(특히 우리적 시대상황에서는) 때문에 더 안타깝다. 이하 인용:



    -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별 차이가 없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맞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한나라당 독주 구도에서는 작은 차이도 중요하다고 답해야 한다.



    - 비판적 지지의 망령이 다시 찾아왔다고 말한다면, 한나라당 독주 구도에서 비판적 지지가 올바른 지지의 형태라고 말해야 한다.



    - 뭉침의 열매를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민주당 세력이 차지하고 진보에 돌아올 몫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애당초 지킬 기득권이 없는 진보의 몫이라고 답해야 한다.



    ([홍세화칼럼] 흔들어라, 한나라당 독주 구도를, 기사등록 : 2010-01-05 오후 08:50:15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972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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